<이미지 : 삼일회계법인 제공>
'한국회계학회 삼일회계법인 저명교수' 위촉식에 참석한 (왼쪽부터) 김기영 한국회계학회장, 신재용 서울대 교수, 문두철 연세대 교수,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 윤훈수 삼일PwC 대표
저는 AI의 발전이 회계업계와 학계 모두에 커다란 도약의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먼저 회계업계 측면에서 보면, AI는 그동안 회계·감사 업무에서 가장 부담이 컸던 반복적이고 노동집약적인 영역을 획기적으로 효율화해 줄 것입니다. 전수에 가까운 거래 검토, 이상거래 탐지, 계정 분석, 문서 검토와 같은 작업은 이미 AI가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정밀하게 처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시간을 줄여주는 차원을 넘어 표본감사에서 전수감사로, 사후 적발에서 사전 예방으로 감사의 패러다임 자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변화라고 봅니다. 그만큼 회계 정보의 신뢰성과 자본시장의 투명성이 한층 높아질 것입니다.
더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회계 전문가들이 본연의 고부가가치 영역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복잡한 거래의 회계 처리에 대한 판단, 기업의 가치평가, ESG·세무·M&A 자문, 그리고 경영진과의 깊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처럼 인간의 통찰과 직업적 회의(professional skepticism)가 반드시 필요한 영역의 비중이 오히려 커질 것입니다. 즉, AI가 회계사를 대체한다기보다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회계 전문가가 그렇지 않은 전문가를 앞서 나가는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삼일회계법인을 비롯한 주요 회계법인들이 발 빠르게 AI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는 흐름은, 이런 미래를 우리 업계가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매우 고무적인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학계와 학회의 입장에서도 AI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공시 텍스트, 감사보고서, 뉴스, 주석, 이메일, 음성·영상 자료까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회계학 연구의 영역이 크게 넓어지고 있습니다. 회계 정보의 질, 감사품질, 내부통제, 경영자 보고행태, 자본시장 반응 등 전통적인 주제들도 훨씬 더 깊이 있게 규명할 수 있게 되었고, AI 시대의 새로운 회계기준과 감사기준, 윤리·책임 문제처럼 학계가 선도해야 할 새로운 연구 주제 역시 풍부해지고 있습니다.
한국회계학회 차원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려 합니다. AI와 회계의 접목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와 특별세션을 활성화하고, 실무계와 함께 데이터·사례를 공유하는 산학 협력의 장을 더 자주 마련할 계획입니다. 또한 회계 교육과정에도 데이터 분석과 AI 활용 역량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 지원하여 미래의 회계 전문가들이 AI 시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흐름을 이끌어갈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고자 합니다.
요컨대 AI는 회계의 위기가 아니라 회계의 가치와 외연을 확장시키는 강력한 동반자라고 확신합니다. 학계와 업계가 함께 지혜를 모은다면 한국 회계가 글로벌 무대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