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학의 현주소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연구의 저변과 주제의 외연은 크게 확장되었지만, 그 성과가 사회의 신뢰 회복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는 ‘연결의 과제’ 앞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우리나라 회계투명성에 대한 대외 평가가 급격히 하락한 현실은, 지난 기간의 회계개혁이 제도 정비를 넘어 국민과 시장이 체감하는 신뢰로 이어지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지 묻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현재 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주제를 살펴보면, 큰 흐름은 세 가지 축으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감사품질과 시장신뢰의 회복입니다. 감사 수임 경쟁이 심화되면서 감사보수가 하락하고, 그 결과 감사품질의 격차가 커지는 문제는 이제 구조적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중소형 회계법인은 인력과 비용 부담으로 고품질 감사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이는 시장 전반의 신뢰 문제로 연결됩니다. 저는 제도적으로 감사보수의 현실화 유도, 감사품질을 평가·공개하는 품질등급제, 그리고 중소형 회계법인의 참여를 넓히는 공동감사 제도 보완 등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좋은 감사에는 정당한 대가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을 때, 제도는 비로소 실효성을 갖게 됩니다.
둘째는 내부회계관리제도의 ‘형식’에서 ‘실질’로의 전환입니다. 법과 절차가 갖춰져 있어도 현장에서 형식적으로 운영된다면, 내부통제는 리스크를 막는 장치가 아니라 ‘서류로 존재하는 체계’에 그치게 됩니다. 최근 사건들은 내부통제가 문서상으로는 완벽해 보여도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앞으로는 내부회계가 단순 결산 절차가 아니라 리스크를 사전에 감지하는 경영 도구로 작동해야 하고, AI 기반 분석과 실시간 모니터링 등 스마트 내부통제의 도입이 중요한 연구·정책 과제가 될 것입니다. 동시에 “회계의 1차 책임은 기업에 있다”는 책임 윤리가 조직 전반에 자리 잡도록 하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셋째는 회계전문인력과 제도 운영의 지속가능성입니다. ‘미지정 회계사’ 문제처럼 인력 수급의 불균형은 매년 반복되는 논쟁이지만, 저는 단기적 시장 상황에 따라 선발 규모를 흔들기보다는, 공공과 민간의 회계투명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향에서 중장기 인력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계기본법 시대에는 오히려 충분한 전문인력 기반이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축 위에서, 앞으로 회계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회계학은 이제 “연구가 활발한가”를 넘어, 우리 기업과 시장에 축적된 지식이 무엇이고, 어디가 공백인지를 더 정교하게 진단해야 합니다. 학회가 발간한 ‘우리 회계학 연구의 진단과 전망’ 특집호는 재무회계·관리회계·세무회계·회계정보시스템·지속가능성 등 전 분야의 연구 문헌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후속세대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기반을 제시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지식 지도’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일이 한국 회계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과제라고 봅니다.
둘째, 정책 환경 변화 속에서 회계투명성과 상충되는 유인 설계는 경계해야 합니다. 예컨대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하는 정책이 추진되더라도, 회계감사(예: 지정감사제)의 약화가 ‘인센티브’처럼 검토된다면 이는 단기 편의는 줄 수 있어도 결국 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투명성은 규제가 아니라 신뢰경제의 인프라라는 점에서, 가치 제고 정책 역시 회계투명성과 정합적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셋째, 회계의 역할은 재무보고를 넘어 지속가능성(ESG)과 비재무정보 검증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준의 도입 흐름 속에서, 한국은 제도 수용을 넘어 교육·인증·검증 체계를 어떻게 정합적으로 설계할지 답해야 합니다. 이는 학계가 연구와 교육, 실무를 연결해 선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회계학계는 앞으로도 ‘기술’과 ‘윤리’, ‘제도’와 ‘현장’을 함께 다루는 학문으로서 신뢰의 언어를 설계하는 역할을 더 분명히 해야 합니다. 회계는 숫자를 맞추는 기술이 아니라 경제의 언어이자 신뢰의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회계학은 감사품질, 내부통제, 인력, 지속가능성, AI라는 핵심 이슈들을 서로 분리된 주제가 아니라 “신뢰를 어떻게 만들고 유지할 것인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묶어, 더 깊이 있게 답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