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t Interview | 삼일피더블유씨솔루션

`호기심을 잃는 순간 늙는다`: 코딩하는 회계사가 AI에 날개를 다는 법

작성자: 삼일아이닷컴 | Sep 18, 2026, 7:07:09 AM
김지혜 회계사  
현.  회계법인 윤 파트너 
 김지혜 회계사는 회계법인 윤 파트너로, 삼일회계법인 감사·세무본부와 다국적 제약사, 외국계 스타트업을 거쳐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회계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파이썬과 생성형 AI를 활용한 회계·세무 업무 자동화와 효율화에 관심을 갖고 실무에 적용하고 있다. 

현. 회계법인 윤 파트너 회계사 - 인터뷰

삼일아이닷컴
 김지혜 회계사님 반갑습니다. 삼일아이닷컴 전문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스로를 '도전 부자'라고 부르신다고 들었습니다. 회계사로 일하시면서도 음악, 그림, 코딩까지 업무와 상관없어 보이는 영역을 계속 시도해 오셨는데요. 새로운 영역으로 뛰어들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김지혜 회계사
  원동력이요? 거창한 건 없습니다. '지금 이 방법이 최선일까? 궁금한데. 알아볼까? 해보자. 재밌겠다.' 이게 전부입니다. 호기심이죠.

하지만 저는 원래 겁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뭘 새로 배울 때면 도망치고 싶었던 적도 많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무서운 고비를 한 번 넘기면 그다음부터 재미있어지더라고요. 이게 몇 번 반복되니까 몸이 먼저 알게 됐습니다. 아, 일단 해보면 되는구나. 회계사 일도 똑같았습니다.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결국 하면 되더라고요.

시작해 놓고 중간에 그만둔 것도 많습니다. 근데 그게 실패냐 하면, 아닙니다. 해본 것과 안 해본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배우는 그 순간이 즐거웠으면 그걸로 된 거죠. 지금 AI에 빠져 있는 것도 같은 줄기입니다. 
삼일아이닷컴
삼일회계법인 감사 및 세무본부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 The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Washington, DC) 에서 회계학 석사까지 받으셨습니다.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유학을 떠나게 되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김지혜 회계사   
이유는 단순합니다. 삼일에서 일하면서 영어가 부족하다는 걸 종종 느꼈고, 해외에서 공부하고 일해보고 싶어졌어요. 무섭지 않았냐고요? 당연히 무서웠지요. 그런데 무서움이 커지기 전에 일단 저질러버렸습니다.

결과만 보면 타이밍은 최악이었습니다. 졸업하던 해에 금융위기가 터졌고, 미국 취업문이 닫혀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때는 "이게 뭔가" 싶었죠. 계획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지만, 그때 익힌 영어와 낯선 곳에서 혼자 버텨본 경험이 그 뒤 새로운 회사에서 일할 때 그대로 밑천이 됐습니다. 이 경험이 없었다면 이후의 경력도 없었을 거예요. Connecting the dots인 거죠. 
삼일아이닷컴
다국적 제약사, 외국계 스타트업을 거쳐 오셨는데요. 뒤늦게 파이썬(Python)을 배우며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한 경험이 지금 'AI 활용 회계사'로 활동하시게 된 출발점인 것 같습니다. 보수적인 회계 세무 지식에 코딩과 AI라는 완전히 이질적인 날개를 달게 된 구체적인 계기와 그 매력은 무엇이었습니까? 
 
 
김지혜 회계사
많은 양의 데이터를 다루는 회사에서 일할 때였어요. 엑셀 함수 하나 도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업무를 효과적으로 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파이썬을 배웠고 처리 속도가 비교가 안 될 만큼 빨라졌습니다. 코드를 짜 두면 다음 달에도 계속 사용할 수 있고요.

그런데 배우면서 알게 된 게 하나 있습니다. 회계사가 평생 하는 일이 뭡니까. "이 숫자가 왜 이렇게 나왔지"를 추적하는 겁니다. 코드는 그 추적 경로가 그대로 남습니다. 감사할 때 조서를 남기는 것과 같습니다. 누가 봐도 다시 따라갈 수 있어야 하니까요. 회계와 코딩, 이질적이라고들 하는데 제가 보기엔 오히려 닮았습니다.

AI는 코드와 정반대였습니다. 같은 질문에 다른 답을 하고 모르는 것도 아는 척합니다. 처음엔 실망했습니다. 근데 어느 순간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아, 이건 믿고 쓰는 도구가 아니라 검증 장치를 붙여서 쓰는 도구구나. 그 검증 장치를 설계하는 게 뭡니까. 회계사가 늘 하던 내부통제입니다. 그때부터 더 재미있어졌습니다.

삼일아이닷컴
오는 10월 삼일아이닷컴 Pro캐스팅에서 '당신의 AI는 왜 아직 채팅창인가'라는 도발적인 주제로 AI 시연 강의를 하십니다. 사실 많은 실무자들이 AI에 세법을 물었다가 가짜 예규 번호(환각 현상)에 실망하고 결국 다시 예전 방식으로 돌아갑니다. 무엇이 문제이고, 왜 어떤 사람의 AI는 똑똑하게 일하는 걸까요?
 
 
김지혜 회계사
문제는 AI 그 자체가 아닙니다.

AI한테 근거 없이 답하게 놔둔 구조가 문제입니다.AI 채팅창에 세법 묻고 답을 그대로 믿는 건, 신입사원한테 "예규 찾아봐" 시켜놓고 출처 확인 없이 보고서에 붙이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 신입이 틀리면 누구 책임입니까. 시킨 사람 책임이죠.

저는 AI가 답하기 전에 관련 근거를 먼저 조회하게 하고, 못 찾았으면 "못 찾았다"고 쓰게 강제합니다. 그리고 AI가 인용한 근거는 원문을 다시 열어 대조하도록 했습니다. 똑똑한 AI를 얼마나 똑똑하게 부리느냐가 핵심입니다.

10월 강의에서는 이 과정을 실제 작업 환경 화면으로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잘된 장면만이 아니라 AI가 틀렸던 장면과 그걸 잡아낸 장치까지요. AI가 의도대로 동작하지 않으면 '역시 아직 안 되는구나' 하고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심지어 제대로 동작하고 있지 않다는 것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삼일아이닷컴
 AI 자동화를 하고 싶어도 "틀리면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불안감이나 "민감한 회사 내부 정보를 AI(LLM)에 올릴 수 없다"는 보안 문제 때문에 망설이는 기업이 대다수입니다. 이 거대한 실무적 장벽을 파트너님께서는 어떻게 우회하고 극복하셨습니까? 
 
 
김지혜 회계사
 
 "틀리면 내 책임"과 "보안", 둘은 성격이 다른 문제입니다.

책임 문제는 AI가 판단을 대신하지 않게 만들면 됩니다. 판단이 필요한 지점에서는 멈추고 사람한테 묻게 하고, 결과는 검증할 수 있는 형태로 남깁니다. 예를 들어 숫자는 값이 아니라 수식이 살아 있는 형태로 받습니다. 사람이 다시 계산해 볼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애매한 부분은 절대 추측하지 말고 저의 확인을 받도록 규칙으로 정해 두었습니다. 그러면 "틀리면 내 책임"이라는 불안이 "틀리면 내가 잡는다"로 바뀝니다.

보안은 회사마다 답이 다릅니다. 민감정보를 가린 뒤(마스킹) 넘기거나, 데이터 보안 규칙을 정해두거나, 아예 회사 내부 서버에서(온프레미스) 돌리거나. 어떤 방식을 택할지는 실무자 혼자 정할 일이 아닙니다. 전사적 관점에서 AX 설계가 필요한 지점이죠. 제 경우는 민감정보가 들어간 자료는 LLM을 거치지 않고, 그런 일은 코드로 짜서 LLM 없이 자동화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다 안 돼"라고 할 게 아니라, "회사의 제약 조건 안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로 질문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삼일아이닷컴
이번 전문가 특강 강의에서 지난 1년간 진화해 온 파트너님만의 '스킬 변천사'를 한 장으로 보여주신다고 들었습니다. '쓸수록 쌓이는 구조'란 정확히 무엇이며, 이 구조가 완성되었을 때 공인회계사의 하루 일과는 과거와 비교해 어떻게 극적으로 달라질것으로 보고 계시나요? 
 
 
김지혜 회계사
 
AI와 일하면서 스킬, 그러니까 AI에게 주는 업무 매뉴얼을 계속 고쳐 왔습니다. AI가 틀릴 때마다 그걸 규칙으로 추가하는 식이죠. 채팅창의 대화는 끝나면 다음 일로 이어지지 않지만, 이렇게 구조화한 스킬은 쓸수록 두꺼워집니다. 그게 "쓸수록 쌓이는 구조"입니다.

하루 일과요? 이미 달라졌습니다. 자료 취합, 초안 작성은 AI가 합니다. 예전 같으면 사람이 일일이 다운로드받아야 할 자료는 프로그램으로 자동화하고 있습니다. 저는 AI에게 명확한 목표를 주고, 판단이 필요한 지점에만 등장해서 가이드를 줍니다. 결국 회계사가 원래 해야 했던 일만 남는 셈입니다.

근데 일이 빨라진 것보다 더 큰 변화가 있습니다. AI를 여러 개 띄워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돌릴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강의 교재를 쓰면서 그 사이에 세무 검토를 하고 보고서를 리뷰하는 식이죠. 사람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삼일아이닷컴
 코딩을 알고 AI를 가장 최전선에서 부리는 전문가이시지만, 역설적으로 '인간 회계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의 가치를 누구보다 깊이 체감하고 계실 듯합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결코 AI가 침범할 수 없는 우리 세무·회계 전문가들만의 고유한 영토는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지혜 회계사
 
  AI는 주어진 자료를 읽고 활용하는 데에는 매우 탁월해요. 반대로, 장부에 적히지 않았지만 회의실에서 오간 이야기, 말투, 분위기처럼 사람이 현장에서 읽어내는 것. 이건 실무 경험에서만 나오고, 여전히 사람만의 강점입니다. 제 업무 경험상 결정적인 단서는 늘 자료 밖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AI는 시킨 일을 잘 수행해냅니다. 근데 그 일을 정의하는 건 누굽니까. 어디가 판단 지점이고 어디서 멈춰야 하고 뭘 검증해야 하는지 정하는 건 그 일을 직접 해본 사람만 할 수 있습니다. 워크플로우를 정의하고 검증 기준을 세우고 틀린 걸 알아보는 눈. 이게 회계사의 몫입니다.

역설적이게도, AI를 많이 쓸수록 이 검증의 중요성은 더 올라갑니다. AI가 만든 리포트가 틀렸을 때 그걸 알아채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 이게 리스크를 결정하니까요.
삼일아이닷컴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도 AI 삼매경에 빠져 진화하고 계신 파트너님처럼 훌륭한 전문가가 되기를 꿈꾸거나, 반대로 AI의 위협 앞에 불안해하는 후배 회계사·세무사들에게 앞서 길을 걷고 있는 선배로서 건네고 싶은 나침반 같은 한마디는 무엇입니까? 
 
 
김지혜 회계사
   이미지 제공 : 잡플래닛
저도 ChatGPT나 Claude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때는 AI가 제 일을 대체할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AI에게 제 업무 스타일에 맞는 규칙을 잡아 주고 쓰다 보니 오히려 그 걱정이 줄었어요. 그러니 두려움을 떨쳐 버리시고 아주 작은 것부터 직접 만들어 보세요. 지치지 않는 유능한 조력자가 생깁니다. 하나가 아니라 여럿일 수도 있고요. 늦었다는 생각도 안 하셔도 됩니다. 중요한 건 "일단 해 보자" 이 마인드예요.

그리고 회계사는 본업을 유지하는 한 계속 배워야 합니다. 매년 바뀌는 세법을 숙지해야 하는 것처럼요. AI 시대에 정말 필요한 덕목 아닌가요? 끊임없는 배움과 도전! 배움은 곧 호기심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언제 늙느냐는 질문에 저는 "호기심을 잃는 순간"이라고 답합니다. 재미있어서 하다 보면 어느새 저 앞에 가 있을 거예요. 저도 계속 달려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