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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상속공제와 상속세의 공평성

작성자: 안종석 대표 | Jan 15, 2026 6:45:16 AM
정부는 매년 거의 모든 세목에 대해 세법개정안을 제시하고, 국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 해부터 시행되는 세법 개정안을 확정한다. 작년에도 정부는 다양한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으며 국회 의결을 거쳐 2025년부터 시행할 세법 개정안을 확정하였다. 그런데 중요한 세목 중에서 확정된 세법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세목이 있다. 그 세목은 상속세이다.
 
 
한국의 상속세 부담이 과다하다는 비판이 많다. 상속세 부담이 과중하여 재산가들이 싱가포르 등 상속세가 없는 외국으로 재산을 이전시켜 세부담을 회피하려고 한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지방에서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늘어났는데, 그 이유가 가업승계에 따른 상속공제 제도를 활용하여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특히 부동산 가격상승 등으로 인하여 자산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제규모, 세율체계 등에 전혀 반영되지 않아 과거에 비해 세부담이 상당히 증가하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 인식하에 정부가 상속세 공제 규모를 확대하는 개편안을 제시하였는데, 여당과 야당의 의견 차이가 조정되지 못하여 결국은 이번에는 상속세제를 개편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상속세제에 대해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업상속공제제도에 대해서는 약간의 제도 개편으로 적용요건을 완화하였다.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요건 중 업종 유지요건을 완화한 것인데, 사후관리기간 중에는 한국표준산업분류 상 중분류 내에서만 업종을 변경할 수 있었는데, 대분류 내에서 업종을 변경할 수 있도록 확대한 것이다. 대분류의 범위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변화는 사후관리 요건을 크게 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속세 부담을 전반적으로 낮춰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당과 야당,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사이에 의견 차이가 크다. 그래서 개편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많지만 실제로 제도 개편방안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상속세제도 중에서 가업상속공제제도는 비교적 쉽게 합의가 도출되어 제도가 자주 개편되어왔다. 개편 방향은 대체로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사후관리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다. 상속세 부담이 과다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나 상속세 부담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나 상속세를 부담하기 위해 가업으로 운영하던 기업을 매각해서 사업이 중단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동의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가업상속공제제도는 가업으로 운영하던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을 상속할 때 일정한 범위 내에서 공제를 허용하여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 주는 제도이다. 공제한도는 상속재산의 범위 내에서 피상속인의 기업 경영 기간에 따라 적게는 300억원, 많게는 600억원까지 공제가 허용된다.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한 업종을 운영하는 기업이라야 한다. 기업의 규모에 대한 제약도 있다. 그리고 상속 이전에 피상속인이 일정기간 이상 대표이사로 재직해야 하며, 상속 후에 상속인이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기업을 운영해야 하며, 이전의 업종을 유지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그 외에 지분유지 요건, 고용유지 요건도 있다.
 
 
가업상속공제제도는 제도가 도입된 이후 적용대상, 지원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는데, 이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되는 비판이 있다. 하나는 공제를 받기 위한 요건과 사후관리 요건이 엄격하여 적용받기 어려워 제도의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다. 가업상속공제제도는 도입된 지 상당한 기간이 지났지만 그 제도를 적용받은 기업의 수는 많지 않다. 2021년까지만 하여도 연간 100개에 미치지 못하였으며, 2022년에는 130개, 2023년에는 162개 기업이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았다. 2023년의 경우 총상속세 부과대상 인원은 19,944명으로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0.8%였다. 기업들은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적용받기 위한 요건이 엄격하여 실질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였으며, 그러한 불만이 반영되어 적용대상과 요건이 확대되어왔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얼마나 클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이다.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의 비판은 가업상속공제제도가 조세제도의 공평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이다. 상속세 부담을 전반적으로 완화하는 것과 달리 특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세부담을 완화해 주는 것은 공평한 제도는 아니다. 그래서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 중에서도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주요 선진국 중에는 한국 외에 일본, 독일에서 가업상속공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이 제도와 관련해서 위헌 소송이 있었다. 가업상속 공제제도가 적용대상자의 세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정부는 필요한 세수입을 다른 납세자들로부터 징수해야 하므로 다른 납세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위헌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며, 그러한 주장이 인용되었다. 그 결과 엄격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축소하여 운영하게 되었다.
 
 
이 비판들은 각각 서로 다른 가치를 바탕으로 한다. 하나는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가업의 상속이 불가능하게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제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치가 꼭 상충되는 것인지, 또는 상충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는 것인지 의문이다.
 
 
가업을 상속하는데 있어 상속세가 장애가 되는 것은 상속세를 납부할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현금유동성이 문제이지 세부담 자체가 가업의 상속을 막는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현금유동성 문제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며, 현금유동성 문제는 ‘세금 공제’가 아니더라도 ‘과세이연’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즉, 가업상속임이 확인되면 상속 단계에서 납부할 세금을 이연하여 상속인이 기업을 제3자에게 이전할 때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가업상속에 대해 세금을 낮추는 공제방식이 아니므로 과세의 공평성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평성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지도 적용 요건도 대폭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가업상속공제제도를 가업상속을 권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에는 과세이연보다 공제를 통해 세금을 낮춰 주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세금을 깍아줘 가면서 가업 상속의 의사가 크지 않은 상속인의 가업 상속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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