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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속의 세법 : 세금은 왜 걷어야 할까요?

작성자: 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 Jun 10, 2026 12:39:57 AM
강남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법행정세무학부 학부장, 조세범죄연구소 소장_임경인 교수 
 
황인규 교수는 2015년 변호사시험 합격 후 법무법인, 회계법인, 국회 등 다양한 곳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후 성균관대학교에서 이전오 교수의 지도로 조세법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가천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에 출강했고, 현재 강남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안녕하십니까? 강남대학교에서 세법을 가르치고 있는 황인규입니다. 강남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소속 교수로서 이렇게 기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무척 기쁩니다. 최근 영화 <>으로 더 유명해진 작가 프랭크 허버트는 작가와 독자 사이에는 암묵적인 계약이 존재한다. 누군가가 서점에 들어와서 작가의 책을 사기 위해 힘들게 번 돈(에너지)을 내놓을 때, 작가는 그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즐거움과 그 밖에 자기가 줄 수 있는 한 가장 많은 것들을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디 이 글도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에 값하는 어느 정도의 즐거움과, 그 밖에 지금의 제가 드릴 수 있는 한 가장 많은 것들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시작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이전오 지도교수님(현 강남대 석좌교수, 전 성균관대 교수)께서는 수업시간에 항상 고전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전에 이 코너에 교수님께서 기고하신 글이 있으니 일독을 권합니다(‘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저희 제자들은 모두 교수님의 덕으로 고전에 대한 흥미, 내지는 최소한 부담감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또 저는 교수가 된 덕분에 상대적으로 고전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가졌고, 또 대학원 수업을 통해 수강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렇게 정리했던 내용을 여러 전문가님에게 최대한 간략히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제게 허락된 기회는 총 세 번입니다. 따라서 저는 세금에 대해서 ”, “어떻게”, “무엇을이라는 세 개의 질문에 대해, 고전의 지혜를 충실히 전달해 보려고 합니다.

시작은 이전오 교수님께서 최근 세무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강조하셨던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입니다. 250년 전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세금을 걷어야 하는지, “어떻게세금을 걷어야 하는지(아마도 이 내용은 이 글의 독자 대부분이 아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을세금으로 걷어야 하는지에 대해서까지 논했습니다. 비록 현대적인 의미의 소득세제가 자리잡기 전 시대의 저술이므로 스미스의 이야기를 100%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그 점을 기억하면서 현대의 고전 반열에 오른 책까지 참고한다면 우리 중 다수가 공유할 수 있는 논의의 기초를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오늘은 스미스의 <국부론> 중 일부를 먼저 소개한 다음, 로버트 노직의 책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에서 그 이전 단계의 이야기도 찾아보겠습니다.

<국부론>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등장합니다. 그 중 하나를 먼저 소개하자면, 합격률이 낮은 시험을 통과해야만 주어지는 자격증(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 대부분은 이미 가지고 계실)에 대한 금전상의 수익은 분명히 너무 적게보상받는다는 분석입니다. 스미스는 변호사를 예로 들었는데, 그의 논리는 무척 간단합니다. 당신의 아들을 구두제조공에게 도제로 보내면 그가 구두 만드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반면, 법률을 공부하게 했을 경우 법률상담에 의해 생활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확률은 기껏해야 20 1인데, 변호사의 수입을 아무리 최고로 잡더라도 그 교육을 받고 아무런 이득도 받지 못할 20명 이상의 사람들의 교육에 대한 보상까지 이뤄지지는 않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경제학의 기댓값과 기회비용 개념을 직업선택에 적용한 것인데, 처음 읽었을 때 제게는 무척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스미스에 따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직업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이유는 명예에 대한 욕망과 선천적인 자신감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더 자세한 내용은 110장에 등장하니 관심있는 분은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오늘의 주제인 세금은 왜?”과 관련하여 <국부론> 51장을 보면, 국왕(이는 오늘날의 국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인데)은 세 가지 의무를 부담한다고 합니다. 첫째, 다른 독립사회의 폭력과 침략으로부터 군사력으로 그 사회를 보호할 의무. 둘째, 그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다른 구성원의 불의나 억압으로부터 가능한 한 보호할 의무, 다시 말해 재판의 엄정한 시행을 확립할 의무, 셋째, 공공시설과 공공기구를 건설하고 유지할 의무입니다. 공통점은 비용이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체적으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분야도 존재하고(스미스는 의외로 사법 서비스를 그 예로 듭니다.), 회사 등 다른 주체에 의해 경영된 사례도 존재하지만, 스미스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우 사회 전체의 일반적 수입, 다시 말해 조세에 의해 충당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이어지는 2장에서 스미스는 한 사회를 방위하고 국왕의 존엄을 유지하기 위한 지출과 기타 일체 필요한 정부 지출은 국왕이 가진 국민과는 별도의 재원으로부터 나오거나, 국민들의 수입으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합니다. 과거 봉건시대에는 왕실 토지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모든 경비를 충당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스미스의 시대에도 이미 그 경비의 대부분은 조세 수입으로 조달되어야만, 즉 국민은 왕 또는 국가의 공공수입을 지탱하기 위해 각자의 소득 중 일부를 납부해야만 한다는 것이 <국부론>의 결론입니다.

오늘 제가 전달하고 싶은 것은 그 이전의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국가는 왜 필요할까요? 스미스의 시대와 스미스의 상황에 국왕이 존재했을 뿐, 국가라는 것은 혹 없어도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국가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그 재원이 반드시 일정 부분 재분배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다시 말해 일부는 부담하고 다른 일부는 부담하지 않는데도 혜택을 동일하게 누리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조세로 조달되어야만 하는 걸까요? 이 모든 질문에 대해 로버트 노직은 그의 책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 의 초반 150면 정도를 할애하여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제가 접했던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기에, 오늘 여러분에게 자신있게 소개합니다.

국가가 왜 꼭 필요한가 하는 질문에 대해 흔히 홉스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는 피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하곤 합니다. 하지만 노직은 국가가 없이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가 된다는 것만으로는 국가의 존재 의의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최악의 국가는 최악의 무정부상태보다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상 존재했던 끔찍한 사례들을 생각해보면 이치에 맞습니다. 다만 문제가 남습니다. 그렇다면 국가는 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일까요?

노직은 홉스와 반대 방향에서 답을 찾습니다. 최상의 무정부 상태보다도 국가가 더 나을 수 있다면, 국가는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럴 법 합니다. 노직은 이어 로크의 자연상태에서 국가가 발생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시작은 로크의 자연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 개인들은 자연의 법의 경계 안에서는, 어느 타인의 허락을 얻거나 그의 의지에 의존함이 없이, 그들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바대로, 자신들의 행위를 결정하고 그들의 소유물들이나 사람들을 처리할 완전한 자유의 상태에 있습니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에 나오는 노래 가사처럼, “Every man will be a king.”이 된 사회는 많은 사람들의 이상향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이 경계를 넘어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서로를 해합니다. 따라서 로크는 자연상태에는 불편한 점들이 있으며, 시민 정부가 적합한 처방이라는 점을 알기 쉽다고 말합니다(천재들이란!). 아래에서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노직이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채워낸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앞서 자연상태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해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끝없는 복수 행위와 보상 징수 행위의 연속 또는 압도적인 힘을 가진 이의 일방적인 권리 침해로 귀결됩니다. 이 문제는 자연상태, 다시 말해 무정부 상태로서는 극복할 수 없는 근본적 흠결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상호 보호 협회들을 형성하리라고 노직은 예상합니다. 한 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때는 다른 사람도 도와줄 것이 확실하다면, 어느 정도는 침해가 줄어들 수도 있고 침해가 되더라도 원상복구될 수 있겠습니다. 앞서 스미스가 이야기한 국가의 3대 의무 중 국방(아직은 거창한 감이 있지만)에 해당할 것입니다. 협회의 결성을 통해 외부의 부당한 침탈을 방지하고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면, 일단 첫 단추는 잘 꿰어진 셈입니다.

이제 힘을 얻었으니, 다음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누가 옳은가?”입니다. 같은 협회의 두 회원이 서로 싸울 경우를 생각해보면 이러한 일은 자연 상태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인데 그 필요성은 자명합니다. 여러 협회들이 다양한 해결 방법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노직은 옳은 주장을 잘 가려낼 수 있는 절차를 채용한 협회를 사람들이 선호하고, 자연스럽게 그 협회가 살아남으리라 예측합니다. 이렇게 되면 그 협회 내에서는 국방의 문제도, 사법의 문제도 해결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막스 베버 전통의 저술가들은 권력을 국가가 독점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에 있어 결정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고 노직은 소개한 다음, 그 문제의 해결을 마저 시도합니다. 위의 협회는 아직 국가가 아닙니다. 가입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고, 수수료를 낸 사람만이 보호를 받기 때문입니다. 가입을 거부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 사람 역시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만 국가가 완성되는데, 이는 수수료를 낸 사람의 재정 조달(오늘 이 글의 주제와 연결해 보자면, 즉 조세)를 통해서만 가능하므로 이러한 국가는 일부의 사람들이 보다 많이 지불하여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보호받게 한다는 점에서 재분배적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 변화가 필연적이라면, 조세 역시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직은 위의 협회 안에 자립인이 존재한다고 가정합니다. 그는 아직 로크의 자연상태에 있고, 따라서 자신이 피해를 받았을 경우 자력으로 정의 집행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립인은 그 특성상 항상 옳게 판단하고 적절한 수단만을 채택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만약 모든 자립인이 그렇게 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자연상태에서 협회가 결성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피할 수 없는 확률로 자립인이 택하는 수단과 그 결과는 잘못될 수 있는데, 이는 협회원들에게는 큰 두려움이 될 수 있고, 이 경우 협회는 자립인의 사적인 정의 집행을 금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립인에게는 큰 피해가 됩니다. 자연상태에서 살고 있는 다른 자연인과 비교했을 때, 협회의 영역 안에 있다는 이유로 자신만이 권리를 박탈당한 것입니다. 협회는 이에 대해 보상을 해야만 하는데, 노직은 그 중 가장 싼 보상이 바로 협회원 간 사이의 사법 서비스를 자립인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예상하고, 자연스럽게 협회 회원들이 그 부담을 질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이는 또한 도덕적으로도 요청되므로, 결과적으로 최소한의 재분배적인 국가는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 보면, 최소한의 조세 역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글을 맺으려 하니 요즘 박사들은 왜 그렇게 어렵게 쓰는지 모르겠어요.”라는 어느 원로 교수님의 한탄에, 제자 중 한 분이 누가 읽을까봐서요.”라고 조용히 답변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고전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다 쓰고 나니 아무도 읽지 말라고 쓴 글인가?’ 싶은 생각이 드실까 걱정이 들어서입니다. 부디 그렇지 않기를, 그리고 이 글을 통해 스미스와 노직의 이론처럼 국가가 반드시 필요하고, 조세의 납부와 최소한의 재분배가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기를 바라고, 그 바탕에서 다음 글 세금을 어떻게 걷어야 하는가에 대해 이어가려고 합니다. 부족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읽으신 분들에게 무어라도 재미나 의미, 가능하다면 둘 다를 드렸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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