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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자산화의 시대, 지식재산권(IP)을 둘러싼 회계와 세무의 쟁점

작성자: 홍난희 교수 | 강남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 Jun 19, 2026 7:35:34 AM

   홍난희
   강남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강남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_홍난희 교수 
 
홍난희 교수는 경희대학교 법학박사(조세법)이자 세무사로, 현재 강남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금융권과 학계를 아우르며 신한은행·하나은행·KB국민은행에서 기업승계, 상속·증여, 자산관리 자문을 수행해 왔으며, 조세법과 자산승계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1] 무형의 가치를 장부에 담다: 데이터 자산 인식 요건과 공시의 과제

 

무형의 시대, 데이터는 어떻게 장부의 주인공이 되는가

산업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제조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기업 가치의 핵심 동력 역시 유형자산에서 무형자산으로 크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애플, 구글,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물론, 전통적 소비재 기업조차 기업가치의 상당 부분을 브랜드, 네트워크, 데이터, 기술력 같은 무형요소가 설명하고 있다는 점은 이제 낯선 이야기가 아닙니다. 무형자산은 더 이상 보조 자원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의 중심축이 되었습니다.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특히 주목받는 흐름은 중국의 데이터 자산화 제도화입니다. 중국은 데이터의 활용·유통·수익화에 관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 왔고, 2024년 1월에는 기업 데이터 자원의 회계처리에 관한 잠정 규정이 시행되면서 데이터 자산의 회계 반영이 본격화되었습니다. 이는 데이터가 단순한 운영정보를 넘어 회계와 재무보고의 대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입니다.

전통적인 회계 체계에서 데이터는 수익 창출의 원천임에도 불구하고, 그 형체가 불분명하고 객관적 측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자산보다 비용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장은 데이터를 가치로 평가하지만, 공식 장부는 이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해 왔습니다. 이 지점에서 회계적 보수주의와 시장가치 사이의 간극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회계적 쟁점: 통제와 미래 경제적 효익의 입증

K-IFRS 제1038호가 규정하는 무형자산의 핵심은 식별 가능성, 통제, 미래경제적효익입니다. 외부에서 특허권이나 데이터베이스를 취득하는 경우에는 대가 지급을 통해 원가가 비교적 명확히 확인되므로 인식이 용이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이 내부 프로젝트를 통해 형성한 무형자산입니다. IAS 38은 연구단계 지출은 비용으로 처리하고, 개발단계 지출 중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자산화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첫째, 통제의 입증이 가장 큰 난제입니다. 단순히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술적 보안, 계약상 제약, 법적 권리 등을 통해 타인의 접근과 사용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데이터가 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보유”가 아니라 “통제 가능한 경제적 자원”이어야 합니다.

둘째, 미래경제적효익의 유입 가능성도 명확해야 합니다. 데이터 자체가 곧바로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므로, 비용 절감, 알고리즘 고도화, 매출 증대 등 구체적인 효익 창출 경로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특히 플랫폼 기업의 경우, 해당 데이터가 일반적 정보의 축적을 넘어 독점적 초과수익을 유발한다는 점이 설명되어야 무형자산으로서의 설득력이 생깁니다.

셋째, 원가의 신뢰성 있는 측정이 필요합니다. 내부 창출 무형자산은 연구와 개발을 엄격히 구분해야 하며, 자산화가 가능한 지출은 개발단계에서 요건을 충족하는 부분에 한정됩니다. 데이터 수집, 정제, 가공, 모델화 등에 투입된 직접 비용을 객관적으로 분리해 산출할 수 있어야 신뢰성 있는 측정이 가능해집니다.

이처럼 내부 창출 무형자산은 일반적인 인식기준을 충족하더라도, 기술적 실현가능성, 완성의도, 사용 또는 판매의도, 미래경제적효익 창출 방식, 자원 확보 가능성, 원가의 신뢰성 있는 측정이라는 개발단계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결국 내부 창출 자산이 장부로 들어가는 길은 여전히 매우 좁고 엄격합니다.

 

자산화의 역설: 시장의 평가와 회계의 침묵

이러한 보수적 기준 탓에 데이터의 진가는 기업이 인수합병되는 순간 비로소 선명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수대가에 포함된 프리미엄은 특정 데이터 하나만의 가치라기보다, 축적된 사용자 기반, 네트워크 효과, 알고리즘 역량, 브랜드 신뢰 등 복합적 무형가치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회계상으로는 상당 부분이 영업권으로 묶이지만, 시장은 이미 그 가치를 높은 가격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DCF와 같은 가치평가 기법을 통해 데이터의 미래현금흐름을 가격에 반영합니다. 반면 회계가 이를 비용으로 처리할수록 혁신 기업의 PBR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재무제표가 기업의 실질 가치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도 심화됩니다. 결국 문제는 데이터의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어느 수준까지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장부에 담을 것인가에 있습니다.

이제 우리 회계 실무는 데이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단순히 측정의 불확실성만을 이유로 장부 밖에 머물게 하기에는, 데이터와 지식재산이 창출하는 경제적 실질이 지나치게 큽니다. 최근 일본의 IP 공시 논의와 중국의 데이터 자산화 제도는 모두 무형자산을 더 이상 주변부에 둘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에 따라 향후 회계 실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정성적 IP 전략 공시의 강화입니다. 일본처럼 기업이 지식재산과 경영전략의 연계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특허의 보유 개수나 취득일을 적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와 IP를 어떻게 사업화하고 수익구조와 연결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공시되어야 합니다.

둘째, IP 가치평가 체계의 고도화와 데이터베이스화입니다. 기술 단위를 넘어 IP 포트폴리오 단위로 평가 범위를 넓히고, 거래가격, 법적 분쟁, 활용 실적 등을 통합한 국가 차원의 데이터 플랫폼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이는 측정의 신뢰성을 높이고, 회계감사인이 수용할 수 있는 검증 가능성을 강화하는 기반이 됩니다.

셋째, 공시의 균형점 확보입니다. 민감한 전략정보를 직접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투자자에게 핵심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세밀한 공시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영업비밀을 그대로 공개하기보다, 보유한 IP가 수익 구조와 경쟁우위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는지를 성과지표 중심으로 설명하는 체계가 바람직합니다.

결국 데이터의 자산화는 단순한 회계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무형의 자원을 어떻게 통제하고 보호하며 시장가치로 연결하느냐에 관한 거버넌스의 문제입니다. 어렵게 자산으로 인정받은 데이터가 유출되거나 통제력을 상실한다면, 그 충격은 장부를 넘어 기업가치 전체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재무제표 밖에서 무형자산의 가치를 실현하는 토큰증권(ST)과 IP 금융의 명암, 그리고 권리 유출과 변칙 거래를 둘러싼 세무 쟁점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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