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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부감사의 현주소 : 복합금융상품 가치평가 감사절차의 문제점 진단 및 개선방안

작성자: 문진수 회계사 | Jan 13, 2026 8:14:17 AM
한국의 복합금융상품 가치평가 감사 도전 과제
 
1. 공정가치 회계의 중요성 증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도입 이후, 기업 재무제표에서 파생상품, 전환사채(CB), 상환전환우선주(RCPS), 비상장주식 등 복합금융상품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K-IFRS는 이러한 금융상품을 원칙적으로 공정가치로 측정하도록 요구하며, 특히 관측 불가능한 투입변수(Level 3)를 사용하는 공정가치 측정은 복잡한 가치평가 모형과 주관적 가정을 필요로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추정 불확실성을 높이고 재무제표 중요 왜곡표시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환사채, 상환전환우선주 등 특정 상품에 대한 회계처리는 더욱 복잡한 이슈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비상장주식의 경우, 공정가치 평가 원칙에도 불구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 부족 등으로 실무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2. 핵심 문제 제기
 
핵심 문제는 한국의 외부감사 실무에서 복잡한 금융 이론과 모형에 기반한 복합금융상품의 공정가치 평가 검증이 충분히 엄격하게 수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평가가액의 정확성에 대한 합리적 확신을 얻기 위해서는 감사인이 평가 로직, 투입변수, 주요 가정 등을 직접적이고 비판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감사인이 회사가 선임한 외부 평가기관이 작성한 가치평가 보고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의존은 종종 외부 평가기관에 대한 분석적 검토 수준의 질의응답이나 체크리스트 확인에 그쳐, 평가 과정의 적합성에 대한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감사의 본질적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만들며, 사실상 낮은 수준의 확신을 제공하는 ‘검토‘ 수준에 머무르게 하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한국의 규제 환경: 공정가치 감사 관련 기준
 
1. 회계감사기준(KSA) 요구사항
 
① 회계감사기준 540 (공정가치 등 회계추정치와 관련 공시에 대한 감사)
 
이 기준은 공정가치를 포함한 회계추정치의 합리성과 관련 공시의 적정성에 대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감사인의 핵심 책임을 규정한다. 감사인은 추정치가 어떻게 산정되었는지 이해하고, 추정 불확실성, 복잡성, 주관성(판단) 등을 고려하여 중요 왜곡표시 위험을 평가해야 한다. 또한, 평가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경영진 추정치를 산정한 방법 테스트, 독립적인 감사인 추정치 개발, 후속사건 검토 등 감사절차를 수행해야 한다.
 
② 회계감사기준 500 (감사증거) 및 경영진 전문가 활용
 
KSA 500은 감사증거의 충분성과 적합성에 대한 전반적인 요구사항을 다룬다. 특히, 회사가 재무제표 작성을 위해 고용하거나 계약한 전문가(경영진측 전문가, 예: 외부 가치평가기관)가 수행한 업무를 감사증거로 활용할 경우 감사인의 책임과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감사인은 다음 사항을 수행해야 한다.
 
• 전문가의 적격성, 역량, 객관성을 평가한다. 전문가의 객관성은 이해상충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신중히 평가되어야 한다.
• 전문가가 수행한 업무의 범위, 목적, 가정, 방법, 사용된 데이터 등을 포함하여 그 업무를 이해한다. 이는 해당 전문 분야에 대한 이해를 포함할 수 있다.
• 관련된 경영진 주장에 대한 감사증거로서 전문가의 업무가 갖는 적합성을 평가한다. 이는 단순히 전문가의 보고서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발견사항, 결론, 주요 가정, 사용된 데이터의 신뢰성 등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의 업무 결과가 불충분하거나 다른 감사증거와 모순되는 경우 추가적인 감사절차 수행 또는 감사의견 변형을 고려해야 한다.
 
③ 회계감사기준 620 (감사인측 전문가가 수행한 업무의 활용)
 
KSA 620은 감사인이 감사증거를 입수하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감사인이 직접 전문가를 활용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경영진이 선임한 전문가의 업무를 활용하는 KSA 500과는 적용 상황이 다르다. 핵심은 누가 전문가를 선임했는지와 무관하게 감사인은 전문가의 업무를 비판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④ 회계감사기준 200 (독립된 감사인의 전반적인 목적 및 감사기준에 따른 감사수행)
 
모든 감사의 근간이 되는 기준으로, 감사인은 전문가적 의구심을 가지고 감사를 계획하고 수행해야 함을 강조한다. 전문가적 의구심이란, 재무제표가 중요하게 왜곡표시될 수 있는 상황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감사증거에 대해 의문을 갖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특히 공정가치 추정과 같이 주관성이 개입될 여지가 큰 분야에서는 경영진의 편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감사증거의 신뢰성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
 
2. 요구되는 확신 수준
 
감사의 목적은 재무제표가 중요하게 왜곡표시되지 않았다는 ‘합리적 확신(reasonable assurance)‘을 얻는 것이다. 이는 절대적인 확신은 아니지만 높은 수준의 확신을 의미하며, 피상적인 검토를 넘어서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에 기반해야 한다. 복합금융상품의 공정가치 평가와 같이 복잡하고 주관적인 영역에서는 합리적 확신을 얻기 위해 더욱 심도 깊은 감사절차가 요구된다.
 
KSA 500과 540은 감사인이 회계추정치에 대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고, 특히 경영진측 전문가의 업무를 활용할 경우 그 적합성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도록 명확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서론에서 제기된 문제, 즉 감사인들이 외부 평가 보고서에 의존하며 직접적인 검증을 소홀히 하는 관행은 이러한 기준의 취지와 실제 적용 사이에 간극이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KSA 500의 ‘적합성 평가‘ 요건이나 KSA 540의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위험을 내포한다. 단순히 기본적인 확인 절차 후 보고서를 수용하는 것은 비판적인 감사 평가라기보다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가깝다.
 
또한, KSA 500과 620의 적용에 대한 혼동 가능성은 전문가 업무 평가에 대한 감사인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인식하고 이행하는 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누가 전문가를 고용했든 간에, 복잡하고 위험이 높은 추정치에 대해서는 감사인이 KSA 620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준하는 깊이 있는 이해와 평가를 수행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행 실무와 기준 간의 차이 분석
 
1. 외부 가치평가 보고서의 보편화
 
복합금융상품, 특히 상환전환우선주(RCPS),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비상장주식과 같이 시장 가격이 없거나 평가가 복잡한 금융상품의 경우, 기업이 외부의 전문 평가기관에 의뢰하여 공정가치 평가 보고서를 받는 것이 일반적인 실무이다. 이는 기업 자체적으로 복잡한 평가를 수행할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외부감사 과정에서 감사인이 객관적인 평가 근거를 요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2. 감사인의 의존도 및 수행 절차
 
회계감사기준 KSA 500과 540은 감사인이 경영진측 전문가(외부 평가기관)의 업무를 활용할 때, 전문가의 역량과 객관성을 평가하고, 평가 방법론, 주요 가정, 사용 데이터 등을 이해하며, 그 결과를 비판적으로 평가하여 감사증거로서의 적합성을 판단하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실제 감사 현장에서는 다음사항이 관찰되는 경우가 많다.
보고서에 대한 높은 의존도: 감사인은 외부 평가기관의 보고서를 공정가치 평가의 주된, 때로는 유일한 감사증거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분석적 검토 위주의 절차: 보고서의 결론이나 주요 수치에 대한 분석적 검토(전기 비교, 예산 비교 등)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제한적인 질의: 외부 평가기관에 평가 과정에 대한 질문서를 보내거나 제한적인 인터뷰를 수행하지만, 이는 주로 평가 프로세스 확인에 초점을 맞추고 평가 로직이나 가정의 타당성에 대한 깊이 있는 검증까지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질의 내용 기반 추론).
 
직접 검증의 부재: 평가 모형 자체의 논리적 타당성, 할인율, 변동성, 미래 현금흐름 추정치 등 핵심적인 평가 가정 및 투입변수의 합리성, 그리고 평가에 사용된 기초 데이터의 정확성 및 완전성에 대한 직접적인 테스트가 미흡한 경우가 많다 (질의 내용 및 기반 추론).
 
3. "감사"와 "검토" 수준의 딜레마
 
이러한 실무 관행은 공정가치 평가 자체에 대한 ‘감사(audit)‘라기보다는 낮은 수준의 확신을 제공하는 ‘검토(review)‘에 가깝다. 검토 업무는 주로 질문과 분석적 절차에 의존하는 반면, 감사는 위험 평가, 내부통제 테스트, 상세 테스트 등 보다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절차를 통해 높은 수준의 확신(합리적 확신)획득을 목표로 한다.
 
외부 평가 보고서의 결론을 실질적으로 검증하지 않고 수용하는 것은 KSA 500과 540에서 요구하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는 감사 실패 위험을 내포한다. 금융감독 당국의 감리 결과에서도 복합금융상품 등과 관련하여 감사절차 소홀 사례가 지적된 바 있다.
 
 
4. 실무 및 감독 증거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의 감리, 또는 한국공인회계사회의 품질관리 검토 과정에서 복합금융상품 등 고위험 자산 평가에 대한 감사절차 미흡 사례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또한, 외부감사 과정에서 기업과 감사인 간에 공정가치 추정치에 대한 의견 조율이 어려운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도 이러한 문제의 존재를 뒷받침한다.
 
외부 평가 보고서에 대한 의존은 일종의 ‘책임 분산(accountability diffusion)‘ 심리를 유발할 수 있다. 즉, 감사인이 외부 평가 전문가의 권위에 기대어 평가 결과에 대한 검증 책임을 암묵적으로 전문가에게 전가하려는 경향이다. 이는 KSA가 감사인은 감사 의견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며, 전문가 업무를 포함한 모든 감사증거를 직접 평가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과 배치된다. 감사인이 피상적인 확인에 그친다면, 전문가의 판단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며,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감사인의 고유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감사절차 미흡의 결과 및 근본 원인
 
1. 근본 원인
 
감사인이 복합금융상품 평가 로직을 직접 검증하기보다 외부 평가기관 보고서에 의존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복합적이다.
 
• 감사인 전문성 부족: 감사팀 구성원들이 복잡한 가치평가 모형(옵션가격결정모형, 이항모형,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등)과 관련 투입변수를 충분히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전문 지식과 기술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평가 결과를 실질적으로 검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회계법인 내부에 가치평가 전문가를 확보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모든 감사팀이 충분한 전문가 지원을 받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 감사 시간 및 비용 제약: 제한된 감사 시간과 예산 압박 속에서, 시간 소모적이고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접 검증 절차를 수행하기보다 외부 평가기관의 보고서에 의존하는 것이 효율적인 대안으로 여겨질 수 있다.16 특히 낮은 감사 보수 환경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심화시킨다.
 
• 책임 소재 불분명 및 책임 회피 우려: 감사인이 전문가의 평가 결과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만약 감사인의 판단이 전문가의 판단과 다를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책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전문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기보다 수용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 경영진 압력 및 편의(Bias): 경영진은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유리한 평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가정이나 평가기관을 선택하려는 유인이 있을 수 있다 (경영진 편의). 감사인은 고객인 회사와의 관계 속에서 이러한 평가 결과를 공격적으로 문제 삼는 데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 있다.
 
• 데이터 가용성 및 신뢰성 문제: 특히 Level 3 공정가치 평가에 필요한 투입변수에 대한 신뢰할 수 있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1 이는 감사인이 직접 검증을 수행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2. 감사 품질 제고를 위한 제언
 
• 복합금융상품 가치평가 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감사인의 역량 강화, 감사 절차의 구체화 및 집행 강화, 외부 평가기관 활용에 대한 감독 강화, 관련 법규 및 기준 개정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전문 교육 강화: 복합금융상품 감사에 참여 감사인을 대상으로 가치평가 방법론(DCF, 상대가치평가, 옵션가격결정모형 등), 관련 금융 이론, 평가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 등에 대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의무화 해야 한다.
 
• 회계법인 내부 전문가 육성 및 활용: 대형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감사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내부 가치평가 전문가 팀을 육성하고, 이들 전문가가 감사 과정에 효과적으로 참여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전문가가 감사팀의 일원으로 참여하여 평가 로직 검토, 가정의 합리성 평가 등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소형 회계법인의 경우, 공동 전문가 풀 활용이나 외부 전문가 자문 등 협력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전문 자격 또는 인증 고려: 금융상품 가치평가 감사 분야에 특화된 전문 자격 또는 인증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 인력 채용: 계량금융, 재무공학, 가치평가 등 관련 분야 배경 지식을 가진 인력을 회계법인 감사 부문에 적극적으로 채용하여 전문성을 보강해야 한다.

 

문제점 해결 및 향후 과제
 
한국의 외부감사 실무에서 복합금융상품의 공정가치 평가에 대한 감사 절차가 회계감사기준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를 진단하였다. 이는 감사인이 회사가 선임한 외부 평가기관의 보고서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평가 로직과 핵심 가정에 대한 직접적이고 비판적인 검증을 소홀히 하는 관행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문제의 배경에는 감사인의 전문성 부족, 감사 시간 및 비용 제약, 책임 소재에 대한 우려, 외부 평가기관의 독립성 문제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감사 절차의 미흡은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투자자의 의사결정을 왜곡하며, 궁극적으로는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효율성을 저해하는 중대한 위험 요인이다. 감사 실패 가능성을 높이고 회계 직업 전체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금융 당국(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기준 제정기구(한국공인회계사회, 한국회계기준원), 회계법인, 학계 및 기업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본 보고서에서 제시된 개선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감사인의 전문성 강화, 감사 절차의 구체화 및 엄격한 집행, 외부 평가기관 활용에 대한 감독 강화, 그리고 필요한 법규 및 기준 개정 등 다각적인 노력이 시급하다.
 
금융상품의 복잡성과 공정가치 평가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는 환경 속에서, 한국의 외부감사 시스템이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진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복합금융상품 가치평가에 대한 감사 품질을 제고하는 것은 단순히 규제 준수를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국제적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핵심 과제이다. 이해관계자들의 긴밀한 협력과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감사 실무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보다 건전한 재무보고 환경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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