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아니라 ‘가동률’을 움직이는 힘
“중국이 광물 수출을 금지했다.”
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비교적 단순하게 반응한다. “그러면 다른 나라에서 사면 되지 않나?”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금지’가 아니다. 중국은 훨씬 더 정교한 방식을 택했다. 바로 수출 승인제다.겉으로 보면 금지보다 부드럽다. 그러나 구조적으로는 훨씬 강력하다. 금지는 선이 분명하다. 차단되면 끝이다. 승인은 다르다. 차단할 수도 있고, 지연시킬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정보를 축적할 수도 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앞으로의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는 설명되지 않는다. 가격은 계산할 수 있지만, 가동 중단은 재무제표 전체를 흔든다.원가가 5% 상승하면 영업이익률은 조정 가능하다. 그러나 라인이 하루 멈추면 그날 매출은 100% 사라진다. EBITDA는 가격보다 가동률에 훨씬 더 민감하다.
1. 자원 통제는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다
중국의 자원 전략은 하루아침에 등장한 정책이 아니다. 십여 년에 걸친 학습과 제도화의 결과다. 2010년, 희토류가 외교 분쟁의 도구로 사용됐던 순간을 세계는 기억한다. 그때 각국은 깨달았다. 자원 의존은 단순한 원가 문제가 아니라 전략 문제라는 사실을. 2020년, 중국은 수출관리법을 제정했다. 그때부터 자원 통제는 일시적 대응이 아니라 법적 장치, 즉 제도화된 레버리지로 전환됐다.2023년에는 갈륨·게르마늄·흑연이 관리 대상에 들어갔다. 2025년 이후에는 리튬·코발트·마그네슘 등 배터리 핵심 광물로 범위가 확장되는 흐름이 나타난다.
이 흐름이 말해주는 것은 하나다.
중국은 자원을 협상 카드가 아니라 상시적으로 작동하는 전략 자산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2. 왜 ‘금지’가 아니라 ‘승인’인가
재경 조직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왜 명확한 금지가 아니라 승인일까.
첫째, 누가 쓰는지를 본다
수출 승인 신청서에는 최종 사용자, 용도, 공급망 경로가 적힌다. 이는 단순한 허가 절차가 아니다. 공급망 구조를 들여다보는 창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영업 구조, 고객 정보, 제품 사용처가 외부 시스템 안에 축적되는 구조가 된다. 이는 단기 통제를 넘어 장기 협상 우위를 축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둘째, 시간을 무기로 쓴다
승인 절차는 통상 30일에서 90일, 경우에 따라 수개월까지 편차가 있다. 문제는 지연 그 자체가 아니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승인 지연이 평균 60일만 발생해도, 재고 회전율은 급격히 둔화되고 운전자본 부담은 눈에 띄게 증가한다. “언제 승인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하나가 생산 계획을 흔들고, 재고 전략을 흔들고, 글로벌 OEM과의 납기 약정을 흔든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기업의 경우 승인 지연은 단순 원가 문제가 아니라 납품 계약 위반 리스크로 직결된다. 이는 손해배상, 장기 거래 단절, 신용등급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은 가격 상승 리스크가 아니다. 가동률 리스크다.원가가 5% 오르는 것은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라인이 하루 멈추면 그날 매출은 100% 사라진다. EBITDA는 가격 인상보다 가동 중단에 훨씬 더 민감하다.
셋째, 정보가 남는다
중국 정부의 승인 심사 과정은 데이터가 축적되는 과정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누가 어디에 납품하는지, 어느 국가 산업이 얼마나 의존하는지, 어떤 기업이 어떤 제품에 쓰는지. 이 구조는 단기 통제 수단을 넘어 장기 전략 설계에 활용될 수 있는 정보 자산이 된다.
3. 가격 문제가 아니라 ‘병목’의 문제
핵심 광물 리스크를 가격 인상 문제로 이해하면 본질을 놓친다.중국은 광산보다 제련·가공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광석을 다른 나라에서 채굴해도, 가공 단계에서 병목이 발생하면 제품화는 멈춘다. 리튬이나 코발트의 승인 지연은 단순히 원가를 5~10% 올리는 사건이 아니다. 배터리 공장의 가동 여부 자체를 불확실하게 만든다. 재경 관점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승인 보류 시 생산 라인은 며칠을 버틸 수 있는가
안전 재고는 몇 주인가
승인 지연이 분기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인가
충당부채 설정이나 매출 인식 지연 가능성은 있는가
만약 오늘 아침, 승인 보류 통보를 받는다면 귀사의 현금흐름은 몇 주를 버틸 수 있는가. 이 문제는 세무 이슈가 아니라 재무 구조와 현금흐름 설계의 문제다. IFRS 37 관점에서 보면, 승인 지연이 계약상 의무 불이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 우발채무 인식 여부를 검토해야 할 수 있다. 또한 금융기관 약정(Covenant) 유지 여부, EBITDA 기준 충족 가능성, 차입 한도 재협상 문제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4. “다른 나라에서 사면 되지 않나”의 현실
많은 기업이 대체 조달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대체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원재료 확보
제련·가공 인프라 확보
품질 인증과 고객 승인
이 과정은 통상 3~5년이 걸린다.
시간축으로 보면,
단기(0~6개월): 승인 지연과 재고 압박, 운전자본 증가
중기(1~3년): 구조적 의존성 문제와 CAPEX 재설계
장기(3년 이상): 기술 대체와 공급망 재편
그 사이 승인 통제는 가장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작동한다. 이제 기업이 선택해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단기 재고 확대인가, 중기 설비 투자 재편인가, 장기 기술 대체 전략인가.
5. 기업이 지금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
많은 기업은 미국 IRA나 FEOC 규정만 점검한다. 그러나 진짜 리스크는 미국 세관 도착 이전, 중국 출항 단계에서 시작된다.
다음 질문에 답할 수 있는가.
중국 공급업체의 승인 현황을 정기적으로 파악하고 있는가
승인 지연 시 대체 조달 루트는 현실적으로 작동 가능한가
주요 고객에게 설명할 공식 시나리오는 준비돼 있는가
승인 리스크가 분기 손익과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했는가
공급망 구조 정보 노출에 대한 내부 관리 전략은 있는가
이제는 중국산 광물 1g이 글로벌 수출 계약 전체를 멈출 수 있는 구조다.
결론
수출 승인제는 완화된 조치가 아니다. 금지보다 더 정밀한 통제 장치다. 이 제도는 차단할 수 있고, 지연시킬 수 있으며, 정보를 축적할 수 있다.
가격 인상은 예측 가능하다. 가동 중단은 예측 불가능하다. 기업이 관리해야 할 것은 원가가 아니라 가동률과 설명 책임이다. 글로벌 공급망은 더 이상 구매 부서의 업무 범위에 머물지 않는다. 재경·법무·전략 부서가 함께 설계해야 할 경영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얼마 오르는가”를 계산하는 일이 아니라 “어디에서 멈출 수 있는가”를 미리 그려보는 일이다. 그리고 그 구조를 먼저 설계하는 기업이 다음 충격을 가장 늦게, 가장 작게 맞게 될 것이다.
※이 컬럼은 언론사에 기고된 컬럼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컬럼 내용을 확인하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https://www.taxwatch.co.kr/article/tax/2026/02/04/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