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_배효정 교수

조세 절차 관련 대법원 판례에 대한 소고(小考)

조세 절차 관련 대법원 판례에 대한 소고(小考)
2026-06-25
배효정 교수 사진

   배효정
   강남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강남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_배효정 교수 

 

 배효정 교수는 서울대학교 법학박사(세법) 및 변호사로, 현재 강남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법학원 연구위원, 뉴욕대학교 법과대학 글로벌 펠로우, 막스플랑크 연구소 방문연구원 등을 역임하며 조세법 및 조세절차 분야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Ⅰ. 서론

 최근 조세사건에서 절차적 위반 여부를 쟁점으로 다룬 대법원 판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종래 조세 사건에서는 과세요건사실의 존재, 소득의 귀속, 세액 산정의 적정성 등 실체적 관점에서 과세처분의 위법 여부가 핵심적 쟁점으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 판례는 세무조사, 과세예고통지, 과세전적부심사와 같은 절차 역시 과세처분의 적법성을 좌우하는 독립적 심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최근 판례군에서는 두 가지 흐름이 두드러진다. 하나는 과세예고통지와 과세전적부심사를 납세자의 사전적 방어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절차로 파악하는 경향이다. 부과제척기간 만료가 임박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러한 절차를 쉽게 생략할 수 없고, 과세관청의 귀책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할 뿐 아니라 그러한 특별한 사정에 관한 입증책임에 대해서도 다소 엄격하게 판단한다. 다른 하나는 세무조사 해당성에 관하여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세무조사와 경계가 모호한 ‘자료제출 요구’, ‘거래상대방에 대한 질문’, ‘조사 종료 후의 추가 확인’ 등도 경우에 따라 절차통제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조세절차상 납세자의 권리 보호에 대한 무제한적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대법원은 제2차 납세의무자에 대한 납부고지와 같이 이미 확정된 주된 납세의무의 징수 단계에서는 과세예고통지 등 부과 단계의 절차적 권리를 동일하게 보장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Ⅱ. 과세예고통지와 과세전적부심사 관련 절차통제

최근 조세절차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의 흐름에서는 부과 단계에서의 과세예고통지와 과세전적부심사의 절차적 준수의 의미를 두텁게 인정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두 판결은 부과제척기간 만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과세관청이 과세행정의 효율을 목적으로 어느 범위까지 납세자에 대한 사전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지를 주요 쟁점으로 한다.

1. 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3두41659 판결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은 부과제척기간 만료일이 임박한 시점에 양도소득세 경정처분을 하였는데, 국세기본법상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사유(“…과세예고통지를 하는 날부터 국세부과제척기간의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3개월 이하인 경우”, 국세기본법 제81조의 15 제3항 제3호)가 ‘과세예고통지’ 자체를 생략할 수 있는 사유로까지 확장하여 해석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조세법규 엄격해석의 원칙, 국세기본법 및 시행령의 문언과 체계, 과세예고통지의 기능 등을 고려할 때,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예외사유를 과세예고통지 생략 사유로까지 확장해석할 수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국세부과제척기간 만료일까지 3개월 이하의 기간만 남은 경우에도 과세예고통지를 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나아가 과세예고통지 없이 이루어진 과세처분은 이로 인하여 절차적 정당성이 상실되지 않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특별한 사정’에 대하여 “과세관청의 귀책사유 없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국세부과 제척기간의 만료일이 매우 임박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과세처분에 앞서 과세예고통지를 할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고 과세예고통지를 하더라도 납세자가 누릴 절차적 이익도 거의 없는 등 과세예고통지를 생략하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이 상실되지 않았다고 볼 만한 경우”로 설시하면서 이러한 특별한 사정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에게 귀속된다고 정리하였다.

이는 실무적으로 대법원이, 납세자가 향유할 수 있는 절차적 이익이 거의 없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러한 절차적 하자 역시 과세처분을 취소할 수 있는 독자적 위법사유로 판단함으로써 절차적 통제를 엄격히 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사건에서 과세예고통지는 과세전적부심사로 이어지는 통로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또한 납세자는 실제로 조세심판원을 통한 사후 불복절차를 진행하였고, 소송단계에서도 경정처분의 근거가 된 실체적 판단 자체에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과세예고통지 누락을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이 판결은 과세예고통지의 독자적 절차상 이익을 인정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특히 절차하자를 이유로 과세처분이 취소되더라도 과세관청이 다시 처분할 수 있는 경우에는, 대법원도 그간 절차적 하자를 독립적 위법사유로 보아 과세처분을 취소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과세예고통지 절차의 준수가 가지는 의미를 납세자의 관점에서 평가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즉, 과세예고통지라는 절차적 준수가 가지는 의미에 관하여 납세자의 관점에서 ‘과세관청이 어떠한 사실관계와 법리를 근거로 과세하려는지 미리 파악할 수 있고, 과세처분 전에 의견을 제출하거나 오류를 지적할 수 있다’는 점과 경우에 따라서는 조기결정신청권을 행사함으로써 가산세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과세예고통지에 대해서 과세전적부심사 청구와는 다른 절차상 이익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납세자가 실제로 조세심판원 등을 통한 사후 불복절차를 이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과세예고통지 누락의 하자가 곧바로 치유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대법원 역시 과세예고통지를 하지 않은 모든 처분을 예외 없이 위법하다고 본 것은 아니다. 과세관청의 귀책사유 없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부과제척기간 만료일이 매우 임박하게 되었고, 과세예고통지를 하더라도 납세자가 누릴 수 있는 절차적 이익이 거의 없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절차적 정당성이 상실되지 않았다고 볼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이와 같은 예외는 매우 좁게 해석되는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그러한 특별한 사정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 역시 과세관청이 부담한다는 점에서 실무상 절차준수의 관점에서 납세자를 대리하는 대리인의 역할이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예컨대, 부과제척기간이 임박한 사건의 경우 납세의무와 직접적으로 관계된 실체적 요건 판단 이외에도 납세자에게 허용되는 절차에 대한 준수 여부에 관하여 면밀히 확인하고 문제제기의 여지가 있다면 이를 향후 불복절차에서도 다툴 수 있도록 증빙화 해두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2. 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5두31960 판결

한편 이 사건은 납세자에게 과세예고통지가 이루어진 후 30일 이내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하거나 그 결정이 내려질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기 전에 과세관청이 취득세 부과처분을 한 사안이다. 즉, 앞선 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3두41659 판결과 달리 과세예고통지 자체는 있었지만 지방세기본법상 ‘부과제척기간 만료일까지 3개월 이하의 기간이 남았음’을 근거로 과세관청이 납세자에 대한 과세전적부심사를 생략하고 바로 과세처분 한 경우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안에 대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세관청이 과세처분에 앞서 필수적으로 해야 할 과세예고통지 혹은 그 이후 과세전적부심사를 생략하고 과세처분을 한 것은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과세처분의 효력을 부정하는 방법으로 통제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는 경우로 그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대법원은 이 사안에서 과세관청이 스스로 정당한 사유 없이 장기간 과세행정을 지연하다가 뒤늦게 부과제척기간 임박을 이유로 과세예고통지를 하고 납세자의 과세전적부심사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지방세기본법상 과세전적부심사를 생략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으며, 과세전적부심사를 생략한 채 과세처분으로 나아간 것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위해서는 과세관청의 귀책사유 없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부과제척기간 만료일이 임박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부과제척기간의 만료 전까지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칠 시간적 여유가 없게 되었다는 등의 정당한 사유가 추가로 과세관청에 의하여 입증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과세전적부심사 예외사유의 해석을 보다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더 본질적으로는 과세관청의 귀책사유로 부과제척기간 만료가 임박하게 된 경우 그 불이익을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 박탈로 전가할 수 없음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즉, 부과제척기간은 과세관청에게 과세행정의 효율 관점에서 중요한 한계로 기능하지만, 그것이 납세자에게 보장된 사전적 권리구제 절차를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손쉽게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세관청이 임의로 처분 시점을 늦추다가 제척기간 만료가 임박하였다는 이유로 과세전적부심사를 생략할 수 있다면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는 과세관청의 업무 처리 속도에 종속되는 결과가 되고, 이 과정에서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 보호는 형해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판결과 동일한 사실관계가 문제된 후속 판례에서도, 대법원은 과세예고통지와 과세전적부심사의 사전구제적 기능을 강조하였다(대법원 2025. 12. 4. 선고 2025두34254 판결). 과세처분 이후의 심사·심판청구나 행정소송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납세자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전제로 그 이전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과세전적부심사가 위법한 처분뿐 아니라 부당한 처분까지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 예방적 구제절차라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이는 대법원이 절차적 하자의 주장 역시 본안 다툼과 별도로 독자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무적 관점에서 과세표준이나 세액 산정의 오류 등 과세처분의 실체적 위법 여부를 판단하고 이를 주장·입증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판례의 흐름에 비추어 보면 절차적 위법 여부 역시 별도의 중요 쟁점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세무대리인은 과세처분 단계에서 과세예고통지의 발송일과 수령일, 부과제척기간 만료일, 과세전적부심사 청구기간, 조기결정신청 가능성, 과세관청이 처분을 지연하게 된 경위 등을 별도로 관리 및 검토해야 하며 단순히 법률상 절차 생략의 예외사유, 예컨대 제척기간 만료 임박 사유에 해당하는지만 볼 것은 아니다. 그 임박 상태가 과세관청의 귀책 없는 부득이한 사정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과세관청의 장기간 해태나 내부 사정에서 비롯된 것인지까지 따져야 한다. 또한 과세관청이 부과제척기간 임박을 이유로 절차 생략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그 임박 상태가 누구의 사정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이를 증빙화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나 정당한 사유에 대한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에 있으므로 대리인으로서는 이 부분을 불복 단계부터 대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를 종합하면 대리인의 입장에서 절차적 하자는 본안에 덧붙이는 보조적 주장이 아니라 과세처분 단계부터 불복단계에 이르기까지 초기부터 별도로 설계하고 관리해야 할 독립된 방어전략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3. 대법원 2025. 9. 4. 선고 2024두47074 판결

앞서 살펴본 판례들이 과세예고통지 및 과세전적부심사에서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을 뚜렷이 보여주었다면, 대법원 2025. 9. 4. 선고 2024두47074 판결은 그러한 절차적 권리 보장의 한계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제2차 납세의무자에 대한 납부고지 전에 주된 납세의무자 이외에 제2차 납세의무자에 대해서도 별도의 과세예고통지가 필요한지 여부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제2차 납세의무자에 대한 납부고지가 형식적으로는 독립된 처분에 해당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확정된 주된 납세의무를 전제로 하는 징수절차상의 처분이라고 보았다. 제2차 납세의무는 원래 납세의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체납처분을 하여도 징수할 금액에 부족이 있는 경우 일정한 특수관계에 있는 제3자에게 보충적으로 납세의무를 부담시키는 제도이다. 따라서 제2차 납세의무자에 대한 절차는 새로운 과세요건사실을 확정하는 부과절차가 아니라, 이미 확정된 조세채권의 징수를 확보하기 위한 절차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대법원은 국세기본법상 과세예고통지가 납세자에게 과세처분 전에 의견을 제출하고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 절차적 권리가 이미 확정된 주된 납세의무의 징수 단계에까지 당연히 확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따라서 제2차 납세의무자에게도 주된 납세의무자의 부과 단계와 동일하게 과세예고통지를 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이 판결은 최근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보장을 강화하는 판례의 흐름과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판결은 절차적 권리보장의 근거와 한계를 명확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과세예고통지와 과세전적부심사는 납세의무를 확정하기 전 단계에서 납세자가 과세관청에 의견을 제출하고 처분의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이다. 반면 제2차 납세의무자에 대한 납부고지는 이미 확정된 조세채권을 누구에게 어느 범위에서 보충적으로 징수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되는 절차이다. 따라서 부과 단계의 절차적 권리가 징수 단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 판결의 취지이다.

 

Ⅲ. 세무조사 관련 절차통제

세무조사 영역은 전통적으로 조세절차 통제가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져 온 분야이다. 중복조사 금지, 세무조사 범위의 제한, 조사기간 준수 등은 이미 여러 사건을 통하여 축적된 대법원 판례에 따라 실무상 중요한 쟁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최근 판례에서 주목할 부분은 세무조사의 위법성 판단에 앞서 과세관청의 행위가 애초에 세무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그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문제 되고 있다는 점이다.

1. 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2두45647 판결

이 사건에서 문제 된 것은 당초 고지된 조사기간이 경과한 뒤 과세관청이 납세자에게 추가 자료를 요청하고 사실상 조사를 계속한 경우, 이를 기존 조사의 연장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금지되는 재조사로 볼 것인지 여부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세무조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조사의 목적과 실시 경위, 질문조사의 대상과 방법 및 내용, 조사를 통하여 획득한 자료, 조사행위의 규모와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하며, 납세자를 접촉하여 상당한 시일에 걸쳐 질문검사권을 행사하여 과세요건사실을 조사·확인하고 일정한 기간 과세에 필요한 직·간접의 자료를 검사·조사하고 수집하는 일련의 행위를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조사가 금지되는 세무조사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기존 입장(대법원 2020. 2. 13. 선고 2015두745 판결)을 확인하면서, 이 사건의 경우 세관공무원이 당초 고지된 조사종료일 이후에 실시한 일련의 조사행위는 기존 조사행위의 연장일 뿐이라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이 판결은 조사기간 이후의 자료요구나 질문조사가 납세자의 권리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더라도 그것이 언제나 곧바로 위법한 재조사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 점에서 중요하다. 이에 따라 세무조사 과정에 개입한 대리인은 과세관청의 자료제출 요청이나 질문검사 과정을 정확히 기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조사기간이 종료된 뒤 자료제출 요구를 받는 등 납세자의 권리 침해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그 요구가 기존 조사의 보완인지, 조사기간 연장을 전제로 한 것인지, 새로운 과세요건사실 확인을 위한 것인지 주의 깊게 검토해야 한다. 또한 필요한 경우 과세관청의 요청에 응하여 자료제출에 협조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조사기간 연장이나 조사범위 확대에 대한 동의로 해석되지 않도록 유보의 취지를 서면으로 남겨두는 등 세심한 절차적 대응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 대법원 2025. 8. 28. 선고 2024두63830 판결

이 사건에서는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거래상대방에 대한 질문·조사가 이루어진 경우 그러한 조사가 어느 정도에 이르면 거래상대방에 대한 별도의 세무조사로 평가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우선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거래상대방에게 질문이 이루어졌다고 하여 그것이 언제나 거래상대방에 대한 세무조사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세법상 세무공무원에게 납세자 또는 그 납세자와 거래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 등에게 필요에 따라 질문을 하고, 관계서류, 장부 기타 물건을 조사하거나 그 제출을 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및 경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질문조사권을 행사하여 과세요건 사실을 조사 및 확인하고 과세에 필요한 직접 및 간접적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허용되기 때문이다(소득세법 제170조, 법인세법 제122조, 부가가치세법 제74조 등). 따라서 거래상대방에 대한 사실확인을 위한 통상적 수준의 질문은 본래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의 범위에서 허용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과세처분을 위해 과세관청이 질문조사권을 행사하는 경우 납세자 또는 그 납세자와 거래가 있다고 인정되는 거래상대방 등은 세무공무원의 과세자료 수집을 위한 질문에 대답하고 검사를 수인하여야 할 법적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그러한 질문조사권의 행사가 거래상대방 자신의 과세요건사실로까지 확대되고, 과세관청이 거래상대방에게 과세처분을 하려는 의도가 구체화되며, 거래상대방의 영업의 자유나 사생활의 자유 등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수인의무가 심화된다면 본래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의 범위를 넘어 거래상대방에 대한 별도의 세무조사로 평가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경우에는 본래 세무조사의 대상이 된 납세자뿐 아니라, 별도의 세무조사 대상이 된 거래상대방에게도 법률상 보장되는 절차적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이 판례는 세무조사의 대상자를 조사통지서에 기재된 사람이나 실제 조사의 상대방이 된 사람 등 형식적 요소만으로 한정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실무상 과세관청이 특정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거래상대방, 특수관계인, 임직원 등으로 질문의 범위를 넓히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과정에서 그 질문 내용이 단순한 거래사실 확인을 넘어 상대방 자신의 소득 귀속, 신고누락, 세액 산정, 조세회피 의도 등으로 확장되는 경우 역시 상당하다. 따라서 세무대리인은 “자료요청”, “확인”, “거래상대방 질문”이라는 형식적 명칭에 구애될 필요가 없다. 과세관청의 행위가 종국적으로 누구의 과세요건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것인지, 그 과정에서 누구에게 수인의무가 부과되었는지, 그 수인의무가 어느 정도의 권리침해 가능성을 수반하는지를 기준으로 해당 상대방에게 독립적인 절차보장이 필요한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과세관청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자료제출 요청 및 질문검사를 하는 경우 이에 대한 법적 근거나 대상 범위를 명확히 하고, 조사대상 과세기간 및 세목과의 관련성, 임의제출 거부 가능성, 반복성과 강제성 등을 검토하여, 문제가 있는 경우 그 이의를 조기에 서면화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Ⅵ. 나가며

앞서 검토한 조세절차 관련 대법원 판례에서 확인되는 실무상 가장 중요한 변화는 절차적 하자가 세무조사 등 과세처분 단계 및 조세불복 초기 단계부터 관리해야 할 독립적 쟁점으로 자리매김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대법원이 납세자의 절차적 기회를 제한하거나 생략할 수 있는 예외사유에 관하여 정당한 사유 또는 특별한 사정을 요구하고, 이에 관한 입증책임을 과세관청에 부담시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하면 과세처분 초기 단계부터 절차 진행 과정을 세밀하게 확인하고 대응하는 것이 이후 불복 단계에서도 상당한 방어 가치를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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