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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x Perspective] 과세의 환상

[Tax Perspective] 과세의 환상
2026-06-18
한국조세정책학회_김갑순 교수  

  김갑순 교수는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으로서 회계기본법 논의, 지속가능성(ESG) 공시, AI와 회계 등 한국 회계학의 주요 현안의 방향을 제시해왔다. 동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학계와 정책 현장을 잇는 연구와 제도 논의를 통해 회계의 공공성과 시장 신뢰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 6.3 지방선거 이후 부동산 세제 개편이 본격화되면서,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 혜택 축소가 우리 조세 정책의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실거주 중심 과세 원칙에 따라 장특공제 개편과 보유세 강화를 검토 중이며, 재정경제부는 11월까지 진행되는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안 연구용역의 중간보고를 6~7월에 받을 예정이다. 핵심은 현행 단순 보유기간 중심의 공제를 실제 거주기간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국회에도 장특공제 혜택을 전면 폐지하고 평생 최대 2억 원 한도의 양도세 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이나, 보유기간 공제율을 없애고 오직 거주기간에 따라서만 최대 80%를 공제하는 고강도 개정안들이 계류 중이다.
 
이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온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화하고 서민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강력한 정책적 의지가 담긴 행보로 읽힌다. 실제로 이러한 정책적 방향성에 공감하는 찬성론의 논거는 꽤 타당하다. 거주하지 않으면서 장기간 보유만 했다는 이유로 막대한 양도세를 깎아주는 것은 투기적 수요인 갭투자를 방조할 수 있으며, 양도차익이 큰 고가주택일수록 세금 감면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구조는 수직적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반면, 언론과 시장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반대론 역시 가볍게 치부할 수 없다. 세 부담의 급격한 증가는 다주택자나 1주택자의 자산 교체를 가로막아 오히려 주택 공급을 차단하는 매물 잠김 현상(Lock-in Effect)을 심화시킨다. 또한, 10년 이상 장기 보유한 자산의 가치 상승분에는 물가 상승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분, 즉 가공 이익(Phantom Gain)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명목소득 기준으로 전부 과세하는 것은 징벌적이라는 비판이다.
 
이처럼 실거주 중심의 조세 정의와 시장의 경제적 실질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특정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론조사라는 다수결의 논리나 대중인기 지향적인 대증요법에 기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조세는 필연적으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속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다수의 지지를 얻었다는 이유만으로 소수의 재산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다수의 횡포를 막기 위해, 우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과 자유라는 기초적인 인권에서 출발해 재산권 보장, 그리고 국가 경제질서라는 거시적 가치로 논의를 확장하며 이 사안을 엄중히 비춰 보아야 한다.
 
첫째, 실거주만을 절대적인 잣대로 삼는 과세 방식은 헌법 제11조가 천명한 평등의 원칙과 조세평등주의를 정면으로 위배한다. 조세평등주의의 핵심은 담세력(세금을 부담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에 상응하는 공평한 과세다. 불가피한 사유로 전세를 준 1주택자와 실거주 1주택자는 실질적인 경제적 부의 증가 측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단지 투기 억제라는 행정적 목적을 위해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적으로 과세하는 것은 "같은 것은 같게" 대우해야 한다는 헌법의 대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둘째, 이러한 획일적 잣대는 헌법 제14조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거대한 불공정을 잉태한다. 현실에서는 직장 발령, 자녀 교육, 질병 요양 등 불가피한 사유로 자가를 임대하고 타지에 임차 거주하는 1주택자들이 부지기수다. 법률이 국민의 모든 복잡다단한 사정을 완벽히 담아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기에, 현행 제도는 보유와 거주를 혼합하여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이전오 교수가 지난 1회 컬럼에서 인용한 존 로크(John Locke)의 통찰처럼, 법의 지배(Rule of Law)는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제한하는 정당성에 기반을 둔다. 과세 편의주의적 잣대로 국민의 다양한 삶의 궤적을 소외시키는 것은 국가가 법을 권한 행사의 도구로 남용하는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에 불과하다.
 
셋째, 인플레이션을 무시한 장특공제 축소는 헌법 제23조 재산권 보장과 충돌한다. 이는 재무회계의 핵심인 실질 자본 유지(Capital Maintenance) 개념을 빌리면 명확해진다. 가령 10년 전 5억 원이던 주택이 물가 상승으로 현재 10억 원이 되었다고 치자. 늘어난 5억 원 중 상당 부분은 화폐가치 하락을 보전하기 위한 착시 현상일 뿐, 납세자의 주머니가 실제로 두둑해진 것이 아니다. 장특공제는 바로 이 가공 이익을 덜어내어 세금이 납세자의 원본을 갉아먹는 것을 막아주는 필수적인 방어막이다. 이를 걷어내고 명목소득에 최고 40%대의 세율을 매기는 것은 사실상 국가에 의한 몰수적 과세다.
 
넷째,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평생 최대 2억 원의 정액공제 전환 법안은 조세 체계의 정합성을 훼손하며 몰수적 과세를 가중시키는 위헌적 발상이다. 이 법안은 정액공제가 가장 공평하다는 단편적인 조세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정액공제가 가장 공평하다면, 이는 역설적으로 누진세보다 정액세가 더 공평하다는 주장과 같아져 누진세율 체계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 양도소득세제와 정면으로 모순된다. 양도차익이 클수록 더 높은 누진세율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정작 물가 상승에 대한 방어막인 장특공제는 2억 원이라는 획일적인 정액으로 묶어버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는 조세 형평의 가면을 쓴 채 실질적인 담세력을 초과하여 납세자의 원본을 잠식하겠다는 선언에 다름없다.
 
다섯째, 설령 제도의 취지가 타당하더라도 "올해 안에 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세금 폭탄을 내리겠다"는 식의 엄포성 정책은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배한다. 납세자가 기존 법을 굳게 믿고 장기적인 노후 계획을 세웠다면, 제도를 변경하더라도 기득권자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합리적인 유예기간을 두는 것이 공정한 국가의 책무다. 더욱이 이러한 징벌적 과세의 충격은 조세의 전가(Tax Incidence) 현상을 통해 결국 임대료 상승이나 매물 축소로 이어져, 훗날 내 집 마련을 꿈꾸는 현재의 임차인들에게 그 고통이 고스란히 넘어간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은 헌법 제119조가 수호하는 자유시장경제질서를 거스르는 규제의 역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조세의 본질적 기능은 국가 운영에 필요한 재원의 조달이다. 선한 의도로 시작된 규제가 오히려 시장을 왜곡하고, 그 반작용으로 정부가 추가 개입을 하며 더 큰 왜곡을 낳는 악순환을 우리는 이미 뼈저리게 경험했다.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라는 선한 의도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세금을 징벌적 수단으로 과감하게 동원하면 집값을 잡고 조세 정의마저 단숨에 실현할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바로 우리가 깨고 나와야 할 과세의 환상이다. 시장의 경제적 실질과 헌법적 가치를 도외시한 채 섣불리 추진되는 장특공제 축소는 결국 매물 잠김과 서민들의 주거비 상승이라는 참담한 현실 앞에서 그 환상의 민낯을 드러낼 것이다. 정부는 세금으로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국가 개입주의적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책 담당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여론에 편승한 도덕적 확신이 아니라, 헌법의 원칙을 지키려는 무거운 책임감과 역사 앞의 겸손이다. 현재의 장특공제 개편 논의가 또 하나의 뼈아픈 환상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누군가의 혜택을 빼앗는 뺄셈의 정치를 멈추고 실질소득 과세라는 조세 본연의 원칙과 헌법이 수호하는 기본권의 테두리 안에서 신중하게 재설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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